2026년 10월 26일 상속

상속권 상실, '부양의무의 중대한 위반'은 어디서부터인가

2026년 시행된 상속권 상실 제도의 요건 중 가장 다툼이 많은 부양의무 위반. 청구하는 쪽과 방어하는 쪽이 각각 무엇을 보여 주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알려진 민법 개정입니다. 종래 상속결격 사유는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유언을 위조하는 정도의 극단적인 경우로 한정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이나 그 가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나 학대,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상속인에 대하여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도 시행 첫해이다 보니 아직 쌓인 재판례가 많지 않습니다. 그중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사유는 부양의무 위반입니다. 조문이 “중대한 위반”이라는 넓은 표현을 쓰고 있어, 어느 정도여야 중대한 것인지를 두고 양쪽의 시각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제도의 골격

청구는 두 갈래입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하면 유언집행자가 청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피상속인 사망 후 공동상속인(없으면 후순위 상속인)이 청구합니다. 후자의 경우 상속개시 사실과 상실 사유를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청구하여야 하므로, 사망 이후의 시간 관리가 중요합니다.

주의할 점은 부양의무 위반 사유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성년이 된 자녀가 부모를 돌보지 않았다는 사정은 이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 제도가 주로 겨냥하는 장면은 어린 자녀를 두고 떠난 부모가 수십 년 뒤 자녀의 사망으로 상속인이 되는 경우입니다.

청구하는 쪽이 보여 주어야 하는 것

조문이 넓은 만큼 재판은 기록으로 결정됩니다.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있는지, 연락이 끊긴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자녀의 입학·졸업·입원 같은 시점에 부모가 어디에 있었는지. 가족관계 기록, 통장 거래내역, 학교와 병원의 기록, 남은 가족들의 진술이 자료가 됩니다. 수십 년 전의 일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자료를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6개월의 청구기간과 함께 처음부터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방어하는 쪽의 논리

반대편에 서면 이 제도가 상속인의 지위를 박탈하는 중대한 효과를 가진다는 점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조문이 단순한 위반이 아니라 “중대한” 위반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연락이 끊겼다는 결과만으로 중대한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고, 그 경위가 함께 평가되어야 합니다.

이혼 과정에서 상대방이 양육권을 가져가고 면접교섭을 거부하였다면, 연락이 끊긴 책임을 한쪽에만 돌리기 어렵습니다. 양육비를 전액 지급하지는 못했더라도 형편이 닿는 범위에서 송금한 내역이 있다면 “부양을 저버렸다”는 평가와는 거리가 생깁니다. 상대방의 주장 중 사실인 부분은 인정하되, 그 사실이 조문이 말하는 중대한 위반에 이르는지를 따로 따지는 것이 방어의 구조입니다.

가정법원은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청구 경위, 피상속인의 의사 등을 고려하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양쪽 모두 “무슨 일이 있었는가”뿐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설명하여야 합니다.

유류분과 함께 설계하여야 합니다

상속권이 상실되면 유류분권도 함께 사라집니다. 반대로 상속권 상실 청구가 기각되면 그 상속인은 상속분은 물론 유류분도 그대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상속권 상실 청구와 상속재산분할, 유류분 사건은 별개의 절차이지만 결론이 서로 맞물려 있으므로, 어느 쪽에 서든 세 절차를 한꺼번에 놓고 순서와 전략을 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은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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